1792년(정조 16) 풍양 조씨가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회고록
『ᄌᆞ긔록』은 1792년(정조 16) 풍양 조씨(1772~1815)가 자신의 생애를 기술한 200면 분량의 회고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씨는 조감과 진주 하씨의 차녀이다. 친정은 풍양 조씨의 서계(庶系) 자손으로 아버지 조감이 32살에 무과에 급제한 무관 집안이다. 조씨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15살에 청풍부원군 김우명의 후손인 청풍 김씨 김기화에게 시집을 갔다. 그러나 20살에 남편을 잃고 20년을 과부로 살았다.
조씨는 남편이 사망한 지 1년 후인 1792년 『ᄌᆞ긔록』을 집필했다. 어린 시절의 일과 혼인 후의 일상생활, 남편의 발병과 사망, 남편 사망 이후의 삶을 기술했으며, 말미에는 『ᄌᆞ긔록』을 집필한 지 17년 뒤에 남동생 죽음을 통탄해하며 쓴 후기, 사망한 남편의 제문, 친언니의 필사기가 수록되어 있다.
『ᄌᆞ긔록』은 여성이 직접 쓴 현존하는 몇 안 되는 자전적 기록이다. 조선시대 여성의 회고록으로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한산 이씨의 『고행록』, 풍양 조씨의 『ᄌᆞ긔록』, 해평 윤씨의 『윤시 ᄌᆞ긔록』 등이 있다. 이 중 『ᄌᆞ긔록』은 무관 집안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다. 특히 혼인 후에도 조씨는 친정과의 유대 관계가 매우 돈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또한 조선 후기 여성이 당시의 지배 관념인 열부관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편이 병이 들어 사망하기까지의 상황과 자신의 심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조씨가 양반 지배층 남성의 열부관을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하고 대응했는지 드러난다. 조씨는 “지아비가 죽으면 아내가 한가지로 죽는 것이 떳떳한 의”라며 사망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실제로도 남편이 사망하면 따라죽으려고 작은 칼을 챙겨두었다. 그러나 결국 자결을 말리는 아버지와의 천륜을 저버릴 수 없다며 자결을 포기했다. 남편을 따라 죽는 것을 칭송하는 극단적 열부 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지배층 남성들이 만든 열부관에 동조해야 했지만 여성들 중에는 주위의 도움에 힘입어 효 등의 가치를 내세우며 자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타개할 논리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